이승연

작업노트

                   

사춘기 시절 경험한 가까운 이의 죽음은 끝날 것 같지 않은 긴 잔상처럼 남겨진 이들에게 찾아와 삶을 잠식했고, 그로 인한 고통은 주변을 선명하게 인식하는 것을 방해했다. 뿌연 안개처럼 시야를 가로막은 방해물을 헤치고 내가 속한 상황을 똑바로 바라보기 위한 노력은 죽은 자의 세계와 그들의 시선으로 보는 세계로 인도했다. 사물과 생명체의 존재가 하나하나 뚜렷이 인식되는 공간, 시간은 방향을 잃고 시작과 끝은 모호하다. 바람에 검은 나뭇잎 덩어리가 흔들리는 모습. 저들끼리 서로 치어 사각 거리는 소리와 흔들리는 나무 그림자는 서로를 위로하는 춤으로 보인다. 영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죽은 자들의 모습을 찾아내는 행위는 상실의 고통을 상쇄시킨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잊힐 것들을 좇으며 죽은 이들은 결코 떠났거나 사라져버린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세상의 구석구석 비어있는 자리에 깃들어 우리가 살아온 시간과 공기 중에 부유한다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한다. 이렇게 모인 조각들은 한데 뭉쳐 삶의 반대편 세계로 나를 옮겨준다.

                                         

내 작업은 사라진 이들을 잊지 않기 위해 그들의 시공을 상상한 기록이다. 가까운 이의 죽음이 덮쳐온 뒤로 가족들의 곁에서는 항상 희미한 안개 같은 장막이 드리워져 있었다.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 없고 언제나 그곳에 있는 장막. 어디를 가든 함께였던 그 죽음의 냄새는 내가 보는 세상을 바꾸어주었다. 저녁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의 뭉치와 창문 너머로 들어온 햇빛의 조각, 피부를 간질이며 떨어지는 머리카락, 자취방 벽에 나타난 그림자들. 흑연을 쌓고 뭉개고 다시 문질러 지워내며 흙 속에 묻힌 잊혀진 세계를 발굴해 내듯 아무것도 남지 않은 곳에 여전히 남은 것을 찾아 기록한다. 덩어리진 그림자들로 가득 찬 삶의 반대편 세계. 비어있음의 존재를 인지하는 순간, 그 존재가 드러내는 순간의 발현은 경이롭다. 경계선을 넘어 인식의 영역으로 들어온 존재에 관한 이야기는 부재(否在)에 대한 이야기를 포함한다. 존재하던 것이 사라지기 전에 우리는 그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다. 반대로 공(空)의 상태가 깨어질 때 우리는 비어있음을 깨닫게 된다. 원래 있었던 것과 없었던 것의 경계 사이를 거닐며 지금은 사라진 흔적을 더듬어 꺼내어 보고자 한다.




                                               

학력
2017 세종대학교 회화과 학사 졸업

                  



단체전                                

2022 Negative Platform, 중간지점, 서울
2022 투명한 집, 킵인터치, 서울
2022 뉴드로잉 프로젝트,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서울 

2021 Serials, 레인보우큐브, 서울
2021 월요일 아니면 화요일, 서교예술실험센터, 서울 Magic Hour, 유영공간, 서울

2021 Magic Hour, 유영공간, 서울



출판             

2021 덩어리, 독립출판, 서울
2020 The Small Ghost, 독립출판, 서울


                                                                           

수상 및 선정
2021 서교예술실험센터 공성장형 창작지원사업 링크, 서교예술실험센터



인터뷰
2022 [jgjj_See you later Artist] 참여작가 인터뷰, 중간지점, 서울 2021 260호, Black & White 인터뷰, CA 매거진 , 서울

해당 카테고리에 상품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