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지 작가

박윤지는 빛의 전언을 기록하는 자가 되어 시시각각 변하는 일상의 풍경을 포착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하얀 캔버스에 담긴 나뭇가지와 잎의 희미하고도 청량한 형상을 보고 있으면 바람에 부딪히는 여린 나무의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그가 그려낸 풍경은 우리에게 청각적 심상을 함께 불러일으킨다. 그 심상에 집중하다 보면 바람이 포근하게 불어와 우리의 몸에 닿는 듯하고 그가 그린 그곳, 그 시간을 함께하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틈틈이 물을 뿌려가며 분채 물감이 자연스럽게 장지에 스며들도록 한다. 종이가 젖고 마르는 동안에 반복되어 겹겹이 더해지는 안료는 시간의 흐름이 만들어내는 빛의 명도를 표현하여 부드러운 잔상을 그려낸다. 잔상은 외부의 자극이 사라진 후에 남는 모양이다. 작가는 인상적인 풍경의 한순간을 그대로 그려낸 듯하나 그것은 체험 이후 자신의 감각 안에서 기억되어 재해석한 마음의 형상이다. 그 앞에서 우리는 각자의 서정을 다정한 마음으로 꺼내어 보게 된다. 


| 전시 서문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