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르는 풍경, 깃드는 투명

 

글 이민진 




  여기 연못가에서 잎을 줍는 사람이 있다. 잔물결에 흔들리던 잎을 타고 손 위로 흘러내리는 물이 투명하다. 송사리 한 마리가 떠오르자 연못에 잔잔히 파문이 일었다가 금세 고요해진다. 산책을 하는 사람은 오늘 새로 봉오리를 열고 활짝 핀 수련을 바라본다. 햇빛을 양껏 받아 어제와 달라진 풍경에 그의 마음이 새롭다. 시간과 빛과 색들이 섞여 만들어 내는 풍요는 하루를 넉넉하게 만든다. 이렇게 말해보면 어떨까. 모든 풍경은 하나의 마음이다. 바꿔서 말해봐도 좋다. 모든 마음은 하나의 풍경이다.

  프로젝티파이의 전시 《기르는 풍경, 깃드는 투명》의 두 작가는 일상적 풍경을 심적인 풍경으로 가져와 회화와 조각으로 재현한다. 일상의 사물을 바라보는 그들의 맑은 시선은 작품에 투명한 정취를 불러일으킨다. 

 

  임수진이 그려내는 사물과 풍경은 체험의 순간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그의 회화는 경험한 때의 시간과 분위기, 감정 등의 다양한 요소들이 다층적으로 섞이고, 후에 기억으로 남은 이미지들의 잔상이 더해져 그린 정서의 산물이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을 접했을 때 정교함이나 명료함보다는 분위기와 서정이 먼저 다가오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수채 물감으로 작업한 목판화를 주로 선보인다. 판화 작업을 통해 흐릿해진 윤곽과 나무의 결이 그려낸 안온한 회화의 질감은 김비선 작가의 나무 작업과 어우러져, 삶을 가꿔 나가는 이의 소박하고 단단한 시선에 부드럽게 녹아든다.

 

  김비선의 조각은 스스로 조각의 대상물이 되어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자연에 대한 깊은 관찰은 자연의 형태와 선(線)을 가져오는 것을 넘어 그것 자체의 삶의 모양을 흠모한다. 물고기를 새를 연잎을 조각하며 그들의 생명의 방식을 배우는 것이다. 가볍게 말해보자. 옷 한 벌, 이불 한 장 없이 사계절을 보내는 물고기는 인간에게 그것이 과연 진화한 것이 맞는지를 묻는다. 이러한 마음을 품고 그는 생활을 채우는 일상의 소품들도 깎고 다듬고 칠을 한다. 자연에서 빌려온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선이 질박한 소품 안에 담겨 하루의 순수한 즐거움이 된다.

 

  그가 만약 물이었다면 가만히 있다가도 흐르는 일을 평안히 여겼을 것이다. 그가 만약 하나의 잎이었다면 가만히 있다가도 흔들리는 일을 즐거이 여겼을 것이다. 그가 만약 물고기였다면 가만히 있다가도 헤엄치는 일에 전심을 다하였을 것이다. 두 작가의 작업은 멈춰있는 한 풍경에 대한 이야기인 듯 보여도 쉼 없이 흘러가는 순간에 떠오르는 감정을 포착하여 순수한 이미지로 남기려는 시도이다. 오래 보고 마음을 담아 보살펴 키우는 풍경에 깃든 마음이 투명하다.



<기르는 풍경, 깃드는 투명>

임수진 Lim Sujin

김비선 Gim Biseon


5. 24 - 6. 15 ( Sun / Mon Off )

13:00-19:00

연세로 2마길 14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