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굴곡


사색은 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지는 일이다. 생각한다는 것이 단순 하게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에 어떤 길을 내는 것이라면, 사색은 하나의 생각에 깊게 파 고들어 보다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 무수한 생각의 균열된 굴곡을 지나고 다시 건너가야 사고는 깊어지지만 우리가 사색에 대해 떠올릴 때, 그것은 때로 분위기적인 단 어가 된다. 사색의 시간은 고요하고 침전하며 차분하다. 프로젝티파이의 전시 《사색의 굴곡》의 두 작가는 사색에 대해 말한다. 자아를 탐구하던 치열한 시간은 그들만의 작업 에 녹아들고, 그것은 다시 우리에게 사색을 할 고요한 순간을 남긴다.


배윤재의 관심은 자연에 닿아 있다. 비정형적인 둥근 형상과 담박한 선은 그가 탐구하 는 자연의 굴곡을 담아 본질적인 형태가 된다. 그 형태들은 자연의 과실(果實)을 떠올리 게도 하는데

결결이 나누어져 흐르는 선은 마치 어떠한 것이 시작되기 이전에 존재하는 응축된 순간 처럼 묘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가루 물감인 분채를 사용하여 겹겹이 쌓아올려 옅게 선명해지는 오묘한 색채감은 그에 섬세한 서사를 더한다.

배윤재가 그리는 조형은 중첩하여 분명해진다. 색과 색, 결과 결을 따라가는 작업은 모 호한 이미지에서 정확한 상(像)의 언어에 닿고자 하는 끊임없는 시도일 것이다. 그 안에 사색의 여백이 깃든다.


서지혜는 직접 유리 물에 숨을 불어 넣어 형태를 완성하는 블로잉 기법으로 유리 기물 을 제작한다. 그 후 고운 모래를 쏴서 표면을 깎아내는 샌딩 작업을 통해 광택을 없앤 다음, 표면에 연마재를 바르고 거친 솔로 문지르는 퍼미스 작업으로 다시 약간의 광택을 내어 그만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지닌 사물을 완성한다. 빛의 반사를 조절하고 의도하는 작가의 기물에는 정물적이고 서정적인 서사가 담긴다.

미적인 오브제는 필연적으로 그만의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서지혜가 만들어낸 유리의 부드러운 선과 공상적인 색채는 자연스럽게 사색으로 이어진다. 사물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넘어 우리에게 관조할 풍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깊은 탐구 끝에 응축된 회화와 사물의 의미는 그것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넘어 말해 진다. 감상은 언제나 열린 문으로 존재하며 우리는 기쁘게 그 문을 연다. 빛, 색채, 명암, 톤, 거리감, 두께감 등의 미묘한 차이가 만들어내는 풍성함은 우리의 정서가 기댈 공간을 마련한다. 그 공간에서 여유로운 사색의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사색의 굴곡>

배윤재 Bae Yoonjae

서지혜 Seo Jihye


2024. 6. 25 - 7. 20

13:00-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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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로2마길 12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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