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진 작가

 

글 이민진


가만히 의자에 앉아 색을 고르고 캔버스에 물감을 얹고 붓으로 겹겹이 칠을 할 때 함께 얹는 마음과 놓아두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가까운 이에게 편지를 쓸 때처럼 다정한 마음을 곁에 두고 앉아 단어를 고르는 심정으로 채워지는 희미하고도 선명한 이미지. 임수진이 그리는 모든 풍경은 사랑하는 이에게 보내는 연서 같다. 그가 담은 이야기 속에서는 하얀 입김이 나오는 추운 겨울도, 두껍게 쌓인 흰 눈도, 그 눈길에 세워진 북유럽의 단정한 집들도, 가로등이 켜진 늦은 밤도 한없이 포근하다. 차가운 것에 스며드는 따스한 시선은 애정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작가는 사랑이라는 짧은 단어 아래에 길고 긴 주석을 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사랑은 무엇일까. 뉘앙스. 사랑은 우리를 뉘앙스의 세계로 초대한다. 뉘앙스의 세계는 느낌의 세계이다. 보이는 마음과 보이지 않는 마음 사이를 마음껏 넘나든다. 임수진이 그려낸 풍경이 그와 같다. 작가는 그가 체험했던 순간에 차올랐던 시각적, 감정적 이미지를 그대로 화폭에 그려내려 하지만 기억으로 남아 재구성되는 과정에서 풍부하게 떠오르는 분위기와 정서가 먼저 고개를 든다. 회화적인 서사를 거치는 동안 그의 서정은 섬세한 선과 색채와 음영으로 변주하고 그 안에 미묘한 뉘앙스가 담긴다.  

  작가는 유화와 함께 목판화를 작업의 방식으로 택하여 나무의 결을 그대로 화폭에 담아 풍경의 질감을 살리는 동시에 안온한 회상의 이미지를 더한다. 그는 일상에 놓인 이미지들을 화폭에 담아내는 것을 넘어 그 장면의 감정까지를 완성해낸다. 그 고요하고도 아늑한 풍경들에 기대어, 한 사람의 마음의 질감에 내 마음의 결이 맞닿는 시간을 맞이하게 된다.    


프로젝티파이의 11월의 전시에는 임수진 작가와 브랜드 노르딕 파크가 함께 한다. 노르딕 파크는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그리고 노르웨이 등 북유럽 4개국의 빈티지 가구와 그릇, 조명, 러그 및 인테리어 소품들을 국내에 소개하는 데 주력해왔다. 북유럽 빈티지 상품들은 심플한 디자인에 실용성과 세련미를 더하여 어디에 놓아도 잘 어울리며 자연 친화적 소재로 제작되어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겸비한다. 티크, 로즈우드, 오크와 월넛 등의 하드 우드로 섬세하게 만들어진 가구들은 서정적인 미감을 느끼도록 한다.

  

 임수진이 그린 방의 풍경에는 가구가 놓여져 있다. 그림 속 나무 테이블 위에는 꽃을 둔 화병과 조형미를 갖춘 조명 그리고 따뜻한 커피잔이 놓여있다. 마음에 드는 질감과 색의 가구를 고르고 두는 일은 일상의 생활을 가꾸는 일과 같다. 그의 방 안 풍경은 하나의 포근한 이미지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 안으로 들어가 슬며시 안온한 분위기에 기대보듯이 북유럽의 가구를 직접 만지고 앉아보며 당신의 생활도 매만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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