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은 작가
이제 우리는 모두 안다. 자신이 아닌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고 대화를 이어나가고 마음을 나누는 것이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생기는 불안을 목도리처럼 단단히 두르고 밖을 나서는 사람이 있다. 문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우리는 타인과 마주한다. 타인은 사회적인 틀로 스스로를 무장한 자이다. 내 존재가 나만으로써 정의되지 않을 때, 내가 원한 적 없는 맥락으로 나를 정리하여야 할 때 혼란은 부지불식 간에 다가오기 마련이다. 프로젝티파이의 《함께하는 혼자》 전시의 두 작가는 타인과 관계하며 맞닿는 불안을 각자의 방식으로 말한다. 함께이기에 혼자를 말하는 자들의 이야기이다.
윤주은의 물음은 ‘나는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가’로 시작한다. 나를 나로서 존재하게 하는 것은 나와 사람이나 사물 사이에서 정의되는 일이다. 타인과의 관계가 없다면 내가 나일 수 있을까.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정의가 나의 외부에 존재할 때, 즉 사회적 가치에 있을 때 우리는 불안을 느낀다. 그의 불안감은 스스로를 지켜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작가는 육체를 보존하여 사회에 물리적으로 연결된 나를 확립하고 자신을 보호하고자 한다.
그의 이번 작업은 신체를 말하는 일에 집중한다. 매끈한 얼굴의 면에 패이고 거칠어진 부분들은 관계에 의한 상처를 드러낸다. 그 얼굴에 눈을 맞추다 보면 나의 내면에 틈이 생긴 부분과 마주하게 된다. 선과 곡선의 형태를 담은 오브제 또한 신체의 부분을 형상화한다. 스스로를 감싸거나 안은 모습을 곡선의 부피감으로 표현한 작업으로 작가는 내면의 불안을 부드럽게 만지는 것이다.
전시는 당신의 불안은 어떠한가를 묻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이 불안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자신에게 묻는 것이다. 불안은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의 징표이다. 불안하다는 것은 사실 존재의 문제 제기이기에 작가는 그에 대한 자신의 답을 찾아나선다. 그러니까 불안하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세상을, 세상 안에 존재하는 나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마음의 발로로 보자. 당신의 불안에 안부를 전한다.